[돈의속성-5] Chapter 41~50 10분 요약
※ 10분 요약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발췌한 것이 아닌, 필자가 요약 압축 및 임의 수정한 내용이 포함되어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책을 구매하여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41. 떨어지는 칼을 잡을 수 있는 사람
떨어지는 칼을 잡기 위해서는 회사의 가격이 아닌 가치를 알고 있어야 한다. 시장의 변동성이 그 가치 이하로 내려가면 분할 매수에 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투자 원칙이 있어야 하고 투자 원칙은 이 회사의 본질 가치를 알고 있을 때 실행 가능하다. 투자 격언이라며 "떨어지는 칼을 잡지 마라"라는 말과 "물타기는 절대 금하고 손절하는 것을 투자 지침으로 삼아라"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 교훈은 기술적 투자 혹은 모멘트 투자를 하는 사람들 얘기다.
가치 투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칼이 떨어질 때가 사야 할 때다. 단지 그런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떨어지는 칼을 잡는 일은 상당히 공포스럽다. 하지만 그때 잡지 못하는 사람은 더 떨어질수록 더더욱 잡지 못하고 결국 투자에서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떨어지는 칼을 잡을 때 가죽장갑을 끼고 있으면 어떨까? 여기서 가죽장갑의 한쪽은 분할매수고 다른 한쪽은 회사의 본질 가치에 대한 확신이다. 주식 가격이 하락할 때 공포를 느끼지 않는 투자자는 없다.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내 돈이 아니거나 거짓말이거나 사이코패스 중 하나다. 누구나 공포를 느낀다. 투자는 시장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나마 공포를 덜 느끼기 위해 분할매수를 하고 미수를 쓰지 않고 적정 가치 이하에서 구매를 마쳤다면 경제방송 TV와 주가 모니터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나이 서른 무렵에 당시 미국에 막 보급되기 시작한 차트 분석 트레이닝 기법을 배워 처음 주식을 해본 적이 있다. 이때의 실수로 전 재산을 날렸고 그 후 20여 년 넘게 주식시장을 가까이하지 못했다. 미래는 항상 새로운 것인데 과거에서 유추한 미래를 그렸다.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투자를 진행하면 수익이 나지만 현재 발생 데이터는 새로운 과거라는 것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이것을 알게 됐을 때는 이미 모든 재산을 날린 후였다. 투자가 아니라 투기이자 도박이었다. 투자를 잘못 배우는 바람에 수년 동안 모아온 재산을 날리고 빚을 지고 아까운 20년을 투자도 못하고 허비한 것이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을 용기와 그 칼을 잡았을 때 다쳤던 상처가 아무는 날, 칼날 손잡이를 제대로 잡고 일군 곡식을 베는 추수의 계절이 반드시 온다는 것을 배운 것은 나이 50이 다 되어서다.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부디 젊은이들에게 내 실수가 고스란히 경험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42. 재무제표에 능통한 회계사는 투자를 정말 잘할까?
투자는 정보와 심리로 나뉜다. 재무제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정보다. 당연히 주식의 상품평인 재무제표를 읽어봐야 한다. 또한 재무제표는 일종의 기업 성적표다. 재무제표만큼 이 기업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가를 확인할 만한 것은 없다. 과거와 현재 얼마나 잘해왔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재무제표는 대학 입학을 앞둔 학생의 성적표 같아서 이전에도 공부를 잘했다면 앞으로도 공부를 잘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이익이 없거나 손실이 예측되는 회사들을 걸러내기 위해 재무제표의 이해와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직접 회사를 운영해보니 성장 초기에는 이익보다 매출이 중요하고 이후에는 당기순이익보다는 영업이익이 중요하고, 현금흐름이 좋지 않으면 흑자 도산이 될 수도 있다. 회사의 재무제표에는 이 모든 정보가 담겨져 있다. 당기순이익은 회사의 건물 매각이나 다른 투자를 통해 증가시킬 수 있지만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으면 근본 사업이 힘들어져서 회사를 야금야금 팔아 운영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자본은 많은데 현금으로 보유만 하고 사업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역시 의심을 해야 하고, 반대로 성장이 너무 빨라서 매출은 증가하는데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대박일 가능성도 있다. 이런 회사는 시장을 장악하고 이익구조를 개선하면 시장의 독점 강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재무제표를 이해하고 확인할 때 보인다.
결론을 미리 내보면 이렇다. 나는 주변에 전문직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직업의 특성을 본인에게 사용하지 않은 것을 많이 보아왔다. 갑상선 전문의가 갑상선에 걸리고 변호사인데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회계사가 일반적인 투자자보다 더 나은 투자 수익을 내고 있다는 근거나 조사는 본 적이 없다. 의사가 일반인보다 더 건강하다는 조사도 없고 변호사가 세상을 더 효과적으로 산다는 보장도 없다.
회계사들도 장부를 통해 회사의 품질검사를 할 뿐이다. 사실을 확인한다고 해서 투자 매수와 매도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다행인가, 회계사가 이 세상의 자산을 모두 가지게 되지 않아서 말이다.
내가 현재 투자한 회사의 현직 사장이라고 가정하자. 하루는 정말 사장이 되었다 생각하고 하루 종일 재무제표를 들여다보기 바란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보인다. 자신이 이 회사를 운영한다고 생각하고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면 장부를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저절로 공부하게 되고 묻게 된다. 이런 능력은 회계사라도 특출나게 더 우수한 것이 아니다. 영문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알파벳과 단어를 무식하게 암기해야 하듯 회계도 용어와 구성을 공부해야 해석이 가능하다. 부자가 되고 투자자로 살아남고 싶다면 반드시 재무제표를 공부하기 바란다.
나는 나에게 필요한 공부가 있으면 관련 서적을 만화로 쓴 회계학같이 쉬운 책부터 전공도서에 준하는 회계학 책까지 30여 권을 한 번에 모두 산다. 그리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계속 파고들면서 일정 수준의 지식을 쌓을 때까지 읽는다. 그러면 알아듣고 평가할 수준이 된다. 대학에서 한 과목을 이수하듯 몰입한다. 인생에 한 번은 꼭 해야 할 공부이니 시중에 나와 있는 쉽거나 어려운 회계학 책을 모두 사고 관련 강의도 찾아다니기를 권한다.
43. 김승호의 투자 원칙과 기준
1. 빨리 돈을 버는 모든 일을 멀리한다.
2. 생명에 해를 입히는 모든 일에 투자하지 않는다.
3. 투자를 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다.
4. 시간으로 돈을 벌고 돈을 벌어 시간을 산다.
5. 쫒아가지 않는다.
6. 위험에 투자하고 가치를 따라가고 탐욕으로부터 도망간다.
7. 주식은 5년 부동산은 10년.
8. 1등 아니면 2등, 하지만 3등은 버린다.
1) 비트코인이 100달러도 안 되었을 때 큰아이가 재미로 투자해서 160달러에 팔았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이때 무엇이든 빨리 이익이 나는 것은 결국 이익이 아니라고 가르쳤다. 설령 이것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 해도 그 돈은 비슷한 이익을 추구하다 결국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번 그렇게 돈을 벌고 나면 그런 투자만 찾아다니다 결국 모든 재산을 잃게 된다. 이런 뜻밖의 행운은 사업가로서나 투자자로서 마약을 맞는 것과 같다.
2)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생명을 죽이고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모든 사업에 투자하거나 참여하지 않는다. 생명은 모든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 생명을 함부로 하고 자연을 존중하지 않으면 자연도 다른 생명도 나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고 행운은 떠나고 건강과 사람도 떠난다.
3)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가장 나쁜 투자다. 자산은 무엇인가 항상 투자를 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투자를 위해 대기하는 자본도 투자다. 그러나 아무 계획도 없고 아무 욕망도 없는 자산은 죽는다.
4)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시간을 사기 위해서다. 나는 내 자산으로 나의 인생을 나에게 선물한 사람이다. 내가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모두 내 자유다. 모든 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 있으니 무엇이든 공부할 수 있고 필요한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다. 주변에 정보를 확인하고 의견을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들을 고용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자본이 생길수록 투자 대상의 정보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더 좋은 자산 투자 구조들이 생겨난다. 돈을 벌어 시간을 샀더니 시간이 나를 공부시키고 전문가를 만나게 하고 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이 선순환은 계속 돌아갈 수 있다.
5) 나는 부동산을 사든, 주식을 사든, 절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매물에 어떤 호재가 있다 해도 내가 계산한 내 가격대로 제시하고 기다린다. 내가 정한 가격이 내 자본의 크기와 임대 이익률에 기준할 뿐 상대가 부르는 가격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제시하는 가격에 모욕을 느끼는 셀러도 있지만 내가 그 가격에 사면 그 모욕을 내가 당하게 된다.
'아님 말고' 정신이다. 주식도 내가 원하는 가격에 다다르면 지정가로 산다. 굳이 쫒아가서 매달리지 않는다. 배당률을 확인하고 적정 가격을 산정하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1년이고 기다린다. 매번 시장에서 이익을 남길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나의 손실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매물에서 이익을 남겨도 되기 때문이다. 흥정이 오지 않으면 흥정을 하지 않는다. 매정한 애인이다. '아님 말고'다.
7) 시장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5년이면 회전한다. 정부도 바뀌고 산업도 바뀌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한 번 사면 파는 것이 아니라 배웠다. 팔려는 생각이면 차라리 주식이 낫다. 그래서 10년은 가지고 있어본다. 아직 어떤 것도 판 적이 없다. 지나고 보면 항상 팔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평생 팔 필요가 없는 상품을 찾는다.
어떤 업종이든 그 업종에서 1등이 되면 가격결정권을 가진다. 업계를 리딩하는 사람의 특권이다. 나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1등을 찾는다. 부동산을 살 때는 그 도시에서 가장 비싼 지역을 고르고 주식을 사면 해당 업계의 1등 주식을 산다. 펩시를 사느니 코카콜라를 사고 마스터카드보단 비자를 산다. 월마트보단 코스트코와 같이 가끔은 1등을 괴롭히는 2등에도 투자한다. 늙은 사자를 대신할 젊은 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등에겐 냉정하다. 내 시상대에는 3등 자리가 아예없다.
44. 자식을 부자로 만드는 방법
만약 자녀가 공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시키지 않으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이런 자녀를 위한 근사한 직업이 하나 있다. 이 직업은 고집이 있어야 하고 대항하고 저항하고 '아니요, 싫어요'를 할 수 있는 자녀에게 적합하다. 바로 기업가(Enterpreneur)다.
자녀에게 기업가가 되는 법을 가르치려면 어릴 때부터 증권 통장을 하나 만들어주는 것이 시작이다. 중학생 정도면 아주 좋고 대학생 자녀도 좋다. 한두 달 학원비 정도의 금액을 맨 처음 넣어주고 그 금액의 70%로는 한국 최고 기업의 우량주를 사주고 30% 정도는 자녀의 결정에 따라 회사를 고르게 한다. 자녀들이 사용하는 브랜드 중에 그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 있을 것이다. 자녀와 토론을 통해 그런 종목들을 산다. 이 기회를 통해 자녀에게 증권, 브랜드, 회사가치, 배당 같은 경제 용어를 가르친다.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면 서로 시황을 놓고 분석도 해본다. 실제로 직접 증권을 사서 자기 계좌에서 일어나는 현금 변화를 보면서 해당 회사들과 경제를 배우는 것과 그냥 이론으로 배우는 것은 천지차이다.
이 방법을 자녀들이 따라오고 흥미를 느끼기만 한다면 그런 자녀들은 사업의 천재로 키울 수 있다. 음악이나 운동 혹은 공부에만 천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업도 가르치면 천재가 될 수 있다. 다른 아이들이 애플사의 새 전화기를 기다릴 때 내 자녀와 애플 회사의 배당정책과 자사주 매입 동향 및 신제품 판매 예상액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이 자녀는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이면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놀이도 판돈이 걸려야 흥미가 생기듯 자녀에게 증권계좌가 있어야 이 모든 것이 보인다. 주식 투자는 단순한 투자 문제가 아니다. 사업을 이해하고 국가와 세계 경제를 이해하고 회사의 경영 시스템이 움직이는 것을 현장에서 볼 수 있게 하는 도구다.
만약 자녀가 창업이나 사업을 하고 싶어 하면 그에 맞는 공부도 저절로 찾아서 하게 된다. 그들은 왜 수학이 필요하고 영어가 필요한지 몰랐을 뿐이다. 자기 스스로 대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대학을 간다 할 것이다. 무엇이든 필요하다고 느끼면 알아서 공부하게 된다. 기업인들의 강연에 데리고 다니고 주주총회에 참여하고 박람회나 기업체 방문을 통해서 경영자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라.
한국 청년들은 창의적이며 뛰어난 실험 정신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자신의 실패를 교훈 삼아 오히려 도전을 포기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결국 공부 잘해서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전문직에 안착하는 것을 목표로 주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부모들은 자기 자녀의 가능성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 한 젊은이가 마음먹으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감히 짐작도 못 한다.
부모의 포기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마라. 나는 범죄에 연루된 일이 아니라면 아이가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한 아이가 고작 대기업 직장인이 꿈인 목표에 동참하게 하지 말기 바란다.
이스라엘은 국가와 사회와 대학이 앞장서서 창업을 하겠다는 청년들을 적극 돕는다. 이스라엘 청년들의 꿈은 미국 나스닥 상장이다. 이미 나스닥에는 수도 없는 이스라엘 회사들이 상장하고 있다. 무려 40%의 회사가 이스라엘인 소유다. 왜 한국 청년들은 미국 나스닥 상장을 꿈꾸지 않고 건물주가 꿈일까? 부모의 잘못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특이한 도전 정신을 '후츠파'정신이라고 부르는데 후츠파란 뻔뻔하고 당돌하고 저돌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을 뜻한다. 당신 자녀와 딱 맞지 않는가?
집안에 뻔뻔하고 당돌하고 말 안 듣고 건방진 자녀가 한 명씩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형식과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저항하고 따진다면 이 아이가 사업가가 될 아이다. 이런 아이에게 도전과 창업을 격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주지 못했기에 유능하고 창의적인 아이들이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교사가 꿈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식들의 이번 생일에는 기업가라고 적힌 근사한 명함을 선물해주기 바란다. 자녀가 명함을 가지면 단박에 어른이 된다. 사회적 생산의 한 부분을 감당하는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저축과 투자 계좌를 만들어주고 듬뿍 격려를 하는 것만으로ㅠ도 아이는 삶의 실체적 도전 정신을 가질 수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고 도전과 실패를 이어갈 수 있는 부모의 지지가 있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번번이 실패해도 한 번만 성공하면 된다.
45. 만약 삼성전자 주식을 아직도 가지고 있었더라면
가치를 기준으로 삼다 보면 단기투자가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자마자 급격히 올라서 표준 가치를 넘어가면 보유 기간과 상관없이 매도를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나는 주식을 오래 갖고 있는 것이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래 갖고 있을 만한 주식을 오래 가지고 있는 것은 훌륭한 투자라 생각한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도 파란만장했으며 전설적인 장기투자자인 고레카와 긴조도 몇 번의 파산을 맞이했었고 피터 린치는 불명예퇴사를 당하기 전에 스스로 영리하게 걸어 나왔다. 이들 모두 장기 투자자지만 힘든 날이 없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 장기 투자자이자 가치 투자자인 워런 버핏조차도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여섯 개의 종목이 무려 50% 이상 폭락했는데 버핏의 전통적 가치주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유난히 강한 폭격을 받았다.
나는 거래에 능한 사람이 아니다. 거래에 능하지 못한 사람은 거래를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자동차를 사기 위해 흥정을 할 때도 적정 가격을 찾아낸 후 세일즈맨에게 최종인수가격(Drive out Price)를 단 한 번만 제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격이 마음에 들면 한 푼도 안 깎고 살 것이고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추가 흥정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 대부분 이 방법으로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를 살 수 있었고 한 시간 안에 차를 가져온 적도 있다.
부동산을 살 때도 거의 같은 방법을 유지한다. 흥정이 완료되었는데 또 다른 이유로 다른 가격을 요구하는 순간 나는 거래를 중지한다. 다시 흥정이 오가는 상황보다 매물을 버리는 쪽을 택한다. 눈치가 오고 가고 협상을 주고받는 일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이 거래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쓸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거래 방법이다. 그래서 주식을 매번 사고팔아야 하는 상황도 싫어한다. 한번 사고 오랫동안 거래를 하지 않아도 되는 회사를 고른다. 심지어 평생 팔지 않아도 될 회사를 좋아한다.
이전에 서로 이웃으로 지내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논밭을 팔아 서울 변두리를 돌며 집 장사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대신 아이들은 학교를 1년에 한 번씩 옮겨야 했다. 결국 그 돈을 모아 강남 아파트 입성을 마지막으로 투자 인생을 종료하고 보니, 옆집에 살던 가족은 땅값이 올라 그 동네에 100억 원짜리 상가를 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람쥐가 아무리 촐랑대도 궁둥이 무거운 곰을 못 이기는 것이다. 사업이든 사람이든 품성 좋고 성실한 사람을 찾았으면 헤어지지 말고 한평생 잘 살기를 바란다.
46. 국제적 수준의 행동 에티켓과 세계화 과정
막상 현장에 데려오니 한국 굴지의 브랜드 대표들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기준의 에티켓 교육이 전혀 돼 있지 않았다. 그들이 일반 선진국 사업가들이 갖고 있는 일상적인 예의를 전혀 갖추지 않은 걸 본 뒤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의 실수는 한국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비난받거나 눈치받을 일이 없는 행동이었다.
나는 결국 그들이 미국에 진출하기 전 국제 비즈니스 행동기준을 먼저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 들어서면 안내를 받기 전까지 입구에서 기다려라. 아무 좌석에 먼저 앉지 마라. 길을 걸을 때는 사람과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라. 닿거나 부딪치면 반드시 사과해라. 음식을 먹을 때는 요란스럽게 나눠 먹지 마라. 흘리지 말고 먹어라. 호텔 복도에서는 목소리를 줄여라. 공공장소에서 줄을 설 때는 너무 바짝 다가서지 마라. 밖에서 전화를 받을 때는 조용히 받아라. 남의 집에 방문했을 때는 냉장고를 함부로 열지 마라. 남의 사업장을 방문하거나 미팅이 있을 때면 복장을 갖춰라. 업체 탐방 시에는 슬리퍼를 신지 마라. 식당에서는 팁을 줘라. 한국 식당에서도 팁을 줘라. 카메라를 들이댈 때면 양해를 구하라. 못 알아듣는다고 욕하거나 평하지 마라. 여럿이 걸을 떄는 한쪽으로 걸어라. 호텔 방 안에 옷가지와 가방을 펼쳐놓지 마라. 호텔 방 안을 쓰레기 장으로 만들지 마라. 나올 떄는 베개 위에 팁을 매일 1~2달러 올려놔라. 머리를 빗고 다녀라. 수염을 기르려면 기르고 밀려면 다 밀어라. 제발 몇 개씩 턱밑에 남겨놓지 마라. 뒷짐 지고 다니지 마라. 소리 내서 먹지 마라.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면 한국말로 받아줘라. 몇 살인지 묻지 마라.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으면 문을 잡아줘라. 여자에겐 반드시 잡아줘라. 웨이터 옷자락 잡지 마라. 트림하지 마라. 귀 후비지 마라. 대화할 때는 눈을 쳐다보고 손으로 입을 가리지 마라. 호텔 방에서 김치 먹지 마라.
이것이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의 교육이었다. 나는 이제 제자들과 사업체 참관이나 박람회 참여를 위해 해외여행을 가면 항상 최소한 세미정장을 하고 공항에 나타나게 한다. 옷을 정갈하게 입으면 행동거지도 정갈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천 해수욕장을 가는 것도 아니고 태국 파타야에 가는 것도 아니다. 모두 성인이고 직원을 둔 회사의 대표들이지만 그들의 위치에 걸맞는 대우를 받으려면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간단한 에티켓이 자신과 자기 사업체의 품격을 높여준다.
서울에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산다고 하나 우리는 아직 국제 기준의 에티켓을 배우지 못했다. 한국 사업가들이 외국에서도 사업을 하려면 국제 규격에 맞는 행동양식을 배워야 한다. 'Manner Maketh Man' 영화 <킹스맨>의 대사처럼 매너는 교육이자 습관이요,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MBA 과정에서 CEO를 대상으로 '당신의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조사 결과, 93%가 매너를 뽑았다. 국제적 성공도 매너에서 시작된다.
47. 당신의 출구전략은 무엇인가?
회사를 창업하거나 현재 사업을 하는 모든 사람은 출구전략(Exit Strategy)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출구전략은 사업 초기부터 계획돼 있어야 방향성을 갖게 된다. 우리는 어떤 사업을 시작하면 이것을 평생 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평생 동안 할 사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업 환경은 날마다 변하고 나의 재정적 상태나 능력에 따라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사업은 세 가지 정도의 출구전략으로 나뉜다. 이 세 가지 전략 중에 자신에게 어떤 것이 가장 유용한가에 대한 결정은 자신이 소유한 사업의 지속성장 가능성에 달려 있다.
본인의 사업체가 현재 아주 잘되고 있어도 앞으로 몇 년 안에 존속 가능성이 없어지거나 경쟁자가 늘어날 것 같으면 매각을 하는 것이 첫 번째 출구전략이다. 보통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 사업이나 장사가 잘되고 있으면 매각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사업이 10년 혹은 30년 후에도 존재할 수 있다면 다른 문제지만 어떤 사업들은 아주 잘돼도 1년 앞을 장담할 수 없다. 주식이 과열되면 팔고 나와야 하는 것처럼 이때는 사업체도 팔고 나와야 한다. 사업체를 팔 때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가장 잘될 때 파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가 만든 사업체에 애착이 생겨버린다. 어떤 사람은 본인 이름이나 자녀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어놓기도 하는데, 내 이름으로 만든 브랜드라도 언제나 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 '나'라는 사람은 내 브랜드보다 고귀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함부로 자기 이름을 사업체에 넣지 말자.
회사에 자신을 투영시키지 마라. 간혹 어떤 회사들은 사업이 잘돼서 매각 요청을 받으면 지나친 가격을 요구하다가 성장률에 둔화기를 맞는다. 더 이상 성장이 이어지지 않는 구간에 다다르면 매매가격은 급격히 떨어진다. 앞으로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을 회사를 정상 가격에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구매하는 사람은 추가 성장에 대한 욕구가 매입의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로 매장을 100여 개 넘게 키운 회사들이 이런 실수를 많이 한다. 더욱이 매장이 100개가 넘으면 개인이 살 수는 없다. 보통 펀드나 기관이 매입을 하는데 만약에 추가 성장 여력이 없다면 펀드는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재 이익이 많아도 지속성장 가능성을 곱하기 때문에 오히려 매각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사업체는 사업체다. 회사는 내가 아니다. 잘나갈 때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두 번째 출구전략이 유용한 회사는 지속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다. 회사가 산업 안에서 자리를 잘 잡았고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고, 성장을 마친 후에도 오랫동안 수입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었다면 가장 대표적인 출구전략은 기업공개 IPO(Initial Public Offering) 혹은 큰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이다.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회사가 너무 커져서 개인들이 살 수 있는 규모가 아니기에 여러 개인에게 분산해서 팔려는 기업공개가 있고, 증자를 통해 자본 조달 후 더 빨리 시장을 장악하려는 목적의 기업공개가 있다. 전자는 창업자가 팔고 나가려는 의도가 있고 후자는 회사를 키우려는 목적이 있다.
마지막 출구전략은 출구전략이 없는 출구전략이다. 이 전략은 사업체가 대를 이을 정도로 단단하고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졌거나 특정 영역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가능하다. 즉, 해당 사업체를 팔아서 이만한 사업체를 다시 만들 수도 살 수도 없는 경우일 때는 평생 사업체를 운영하며 수입을 만드는 것이 전략이다. 코카콜라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런 사업체를 갖는 것이야말로 가장 최선의 출구전략일 수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출구전략을 놓고 자신의 사업체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준비해놓아야 한다. 미리 준비하면 이에 맞춰 자신의 사업 방향을 면밀하게 조정해나갈 수 있고 투자 방향과 한계를 미리 계산할 수 있다. 선택한 전략에 따라 설비, 시설개선, 증설, 부동산 매입 등의 큰 결정을 쉽게 할 수 있고 불필요한 자금을 사용하지 않게 된다. 사업을 시작할 때 사업계획서가 있듯이 사업에서 물러설 때도 사업계획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48.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 부동산과 금융을 만난다
흔히 생산의 3대 요소가 토지, 노동, 자본이라고들 한다 농업이 중요시되던 시절에 나온 이론으로 현대식 생산의 3대 요소로 바꾸면 부동산, 사업체, 금융이다. 모든 사업은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다. 어떤 사업이든 매장이나 사무실 혹은 공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부동산은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 가치는 정확한 수치로 산출된 실물 금액을 가지고 있다. 실물 가치를 지닌 변동적 자산은 모두 이자를 만들거나 배당을 지불한다. 부동산을 사용하는 사업체가 지불하는 임대료는 배당이나 이익에 해당한다.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사업체가 있다는 뜻은 부동산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개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즉, 부동산을 살 수 있는 구매자격을 가짐으로써 현재 사업체와 부동산을 연결하면 기존 사업 못지않은 지속적 이익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사업을 잘해서 어디든 매장을 열어도 임대료를 낼 여력을 가진 회사를 소유했다면 수많은 부동산을 소유할 자격이 생긴 것이다. 이때 금융이 도와 융자의 도움을 받으면 회사의 자산 구조에 사업체와 부동산 소유라는 두 가지의 이익구조가 나타난다.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사업체보다 안전 자산에 속하기에 수익에 비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특성이 있다. 수많은 회사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스타트업 회사와 같은 경우에는 프리-시드, 시드, 시리즈A, 시리즈B와 같이 연쇄적인 투자 진행을 받으며 지분을 희석하는 과정이 있고, 자본의 금액과 성격에 따라서 창업자의 지분 이상을 요구하거나 신주 발행에 관여하는 식의 경영 참여를 하기도 한다. 자본이 회사 안에 들어온다는 뜻은 신용이 자산이 되기 시작했다는 뜻과 동일하다. 이때는 더 이상 창업자가 자기 사업을 잘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 금융조직과 잘 지내고 자본을 이해해야 존립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간 것을 뜻한다.
수입의 발생 방식은 몇 가지로 나뉜다. 먼저 자신의 노동력이 곧 수입이 되는 임금 노동자나 자영업자가 있으며 다른 사람의 노동력과 자본으로 수입을 만드는 기업가도 있다. 그리고 금융과 합작해 신용을 통해 미리 이익을 현금화하는 방식이 있다. 이토록 사업은 커지면 커질수록 금융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금융은 정교하고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있다. 이 칼은 언제나 앞뒤를 바꾼다. 필요하면 당신을 위해 당신의 경쟁자들을 물리쳐주지만 상황이 돌변하면 칼이 당신을 향할 수 있다. 살과 뼈를 해체하듯 냉정하게 당신과 당신 사업체를 해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부동산과 금융이 언제나 당신 편에서 일을 하게 만든다면 확장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사업체를 소유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렇게 커진 사업체는 규모를 키워나갈수록 부동산과 금융을 발밑에 둘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파트너가 되겠다고 요구하지않고 부하의 역할로라도 당신 옆에 붙어 있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방심하면 안 된다. 금융과 부동산은 언제나 세상의 강자였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역할을 하며 오랜 세월을 버텨낸 사람들이다. 당신이 방심하는 순간 언제나 발밑에서 칼날이 날아들 것이다. 자신의 사업에만 노력하지 말고 같은 열정으로 금융과 부동산도 함께 공하기 바란다. 세상에 이름을 낸 모든 경영자는 이 둘을 모두 제압하고 그 자리에 있는 것임을 상기하기 바란다.
49. 똑똑한 사람들이 오히려 음모에 빠진다
똑똑하고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음모론에 더 잘 빠진다. 불확실성을 유난히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변의 이성적 비판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자신들의 믿음 체계를 만들어낸다. 사실에 근거한 판단보다 주장에 맞는 근거들만 편향적으로 찾아 점점 자기들만의 세상으로 들어가버린다. 어렵고 복잡한 전문용어들을 나열하거나 모호한 말로 심오한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듯 가장한다.
비트코인 하나에 30만 달러가 될 것이라든가, 강남 부동산이 반값 이하로 폭락할 거라는 소문은 음모와 희망과 예측이 범벅된 경우다. 누군가 이런 예측에 논리적 데이터를 접목하면 음모는 사라지고 과학적 예측만 남는다. 이런 논리들의 사실여부는 그것이 쉬운 말로 설명이 가능한지를 보면 쉽게 구분된다.
상식은 과장, 허구, 왜곡, 사기를 알아볼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도구다. 많이 배운 사람이 더 상식적인 사람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상식은 지식과는 다른 종류의 능력이다. 지혜와 지식과 도덕이 교차하는 지점이 상식이다. 상식은 별도의 탐구나 공부가 필요 없고 대부분의 사람이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보편적 지식이나 식견이다. 그러므로 상식은 쉬운 말로 표현이 가능하다.
음모에 빠지는 순간, 상식을 벗어난다. 편협한 생각과 지적 우월감이 상식이 들어올 자리를 없애버린다. 유명 대학, 좋은 직업, 뛰어난 실적을 지닌 사람은 특히 상식을 벗어나지 않도록 더더욱 자신을 살펴야 한다. 사업은 물론이고 인생도 상식을 벗어난 순간, 패자로 전락하고 좋은 친구들이 떠나고 가난한 괴짜로 인생을 마칠 확률이 높아진다.
50. 사기를 당하지 않는 법
나는 청년 시절에 몇 번을 속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절박했고 미국 초기이민자들이 그랬듯, 하루 열여섯 시간씩 주당 112시간을 일하던 시기였다.
당시 삼보컴퓨터의 최대주주였던 e머신즈는 저가PC로 미국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회사로 한국기업 사상 두 번째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었다. 내 지인은 나에게 상장 전에 만 달러어치 주식을 살 수 있는 특권을 줬다. 별다른 인연이 없던 나에게 그런 특혜를 준다 할 때 물러서는 눈이 그때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장은 폐지되고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자기도 검증해보지 않은 아이디어를 내 돈으로 실험해보기 위해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내 절박함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수년이 지난 후였다. 당시 e머신즈 상장은 전형적 공개 출구전략이었고 옵션이란 대현 펀드 투자자들의 헤지 모델이었고 외환이란 국제적 전문가 영역이었다는 정도를 알게 된 것이다. 나의 무지와 욕심이 결국 이렇게 만든 것이다. 내가 사기를 당했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나의 욕심과 무지함이었다.
다행히 나는 그 이후 누구에게도 사기를 당한 적이 없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모르는 영역엔 관여하지 않으면 사기에 노출되지 않는다. 이익이 많다는 모든 제안에서 물러나고 내가 아는 영역 안에서만 투자를 진행하면 거의 모든 사기의 위험에서 멀어지게 된다.
내겐 제안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거절하면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좋은 투자를 거절한다는 건 그들에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거절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이익이 너무 많고 사업 모델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아니라면, 사고가 생겨도 사업을 제어할 수 없고 예상이익이 많다는 건 리스크도 크다는 뜻이다.
사고처럼 한순간 당하는 사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결과를 복기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만약 이해가 되지 않으면 또다시 사기에 휘말릴 수 있으니 특별히 조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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